본문 바로가기
문학 시 책

12월의 시 모음 - 이해인, 이채

by carrothouse32 2025. 11. 23.
반응형

12월의 시 모음

12월은 한 해의 마지막을 차분히 정리하는 달이자, 지나온 시간의 무게와 앞으로의 희망이 교차하는 시기입니다. 차갑게 내려앉는 겨울의 공기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래서 12월은 유난히 시가 잘 읽히는 달이기도 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과 삶에 대한 사색이 시 한 편에 온전히 담기기 때문입니다. 본 글에서는 12월을 주제로 한 여러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 12월의 시 모음으로 소개하고, 각 시가 품은 감정·상징·메시지를 감상평과 함께 풀어냅니다.

또한 한 시인이 두 편 이상 등장하는 경우, 시인 프로필은 별도 묶음으로 정리해 구성의 흐름을 분명하게 하였습니다. 정리된 시들은 저마다 다르면서도 한 방향을 향합니다.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시간의 문을 조용히 두드리는 마음입니다.

이해인 수녀 시 모음

12월의 시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것을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이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에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감상평과 해설

이 시는 12월을 단순한 ‘마지막 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감사와 성찰의 시간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한 해 동안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선물’이라는 시적 관점으로 품어내는 표현은 이해인 시인의 특유의 따뜻하고 영적이며 성숙한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특히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라는 구절은 지나온 날들에 대한 지나친 자책을 벗고, 앞으로의 삶을 더 맑게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독자로 하여금 위로와 다짐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 구절들은 묵은 달력을 넘기며 새로운 시간을 향한 열린 마음을 강조해, 삶의 순환 속에서 ‘나아감’을 조용히 응원하는 메시지를 줍니다.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마지막 잎새 한 장 달려 있는
창 밖의 겨울나무 바라보듯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의 달력을 바라보는 제 마음엔
초조하고 불안한 그림자가 덮쳐옵니다

-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실천했나요?
- 사랑과 기도의 삶은 뿌리를 내렸나요?
- 감사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겸허함으로
오늘은 더 깊이 눈감게 해 주십시오
더 밝게 눈뜨기 위해

감상평과 해설

짧지만 울림이 깊은 시다. 12월의 달력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에 스며드는 초조함과 반성의 감정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다. 세 개의 질문은 독자에게 직접 향하는 듯하여, 시를 읽는 이가 스스로 지난 날을 돌아보게 만든다. 마지막 두 줄은 ‘오늘의 눈감음이 내일의 밝음을 위한 준비’라는 역설적이지만 지혜로운 시적 통찰을 담고 있어, 한 해의 끝에 자신을 차분히 다독이고 싶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촛불 켜는 밤

12월 밤에 조용히 커튼을 드리우고
촛불을 켠다

촛불 속으로 흐르는 음악 나는 눈을 감고
내가 걸어온 길, 가고 있는 길, 그 길에서
만난 이들의 수없는 얼굴들을 그려본다

내가 사랑하는 마루나무를, 민들레 씨를,
강, 호수, 바다, 구름, 별, 그 밖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본다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밤, 시를 쓰는
겨울밤은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인가.

감상평과 해설

이해인 시인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시로, 조용한 성찰의 시간과 명상의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촛불이라는 작은 빛을 통해 자신의 삶을 비추고, 자연과 사람,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함께 떠올리는 과정이 차분하게 흘러간다. 시인은 ‘겨울밤의 고요’ 속에서 오히려 큰 축복을 발견하고, 정적 속에서 삶의 감사와 따뜻함을 다시 확인한다. 소란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시는 깊은 위안을 제공한다.

이해인 수녀 프로필

  • 본명: 이해인
  • 직업: 수녀, 시인
  • 시 세계의 특징: 영성, 자비, 성찰, 인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
  • 대표작 경향: 일상의 감사, 사랑, 신앙적 기록, 마음의 치유

조병화 시인

12월

작은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포플러나무
가지 중턱쯤 걸려 있는
까치집

까치는 날아가고
빈 12월
겨울이 지나간다

모두들 어디로 갔나

쫒으며
쫓기며
가는 세월
가고 있는 세월

사람도
나뭇잎도
바람도
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떠난 것들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생각 저편에서
아물 아물, 날로
손을 흔들며 죽어들 가고 있다

감상평과 해설

조병화 시인의 12월은 고독과 시간의 흐름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채워져 있다. 까치가 떠나간 빈 둥지처럼, 12월은 이미 많은 것이 떠나가고 남겨진 시간만이 텅 비어 있다.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사라지는 것들과 지워져 가는 흔적에 주목한다. 마지막 구절의 흐릿한 이미지들은 잊혀져 가는 기억과 시간의 퇴색을 시적으로 표현한 부분으로, 겨울의 정적 속에서 느끼는 쓸쓸함을 깊고 담백하게 담아낸다.

조병화 시인 프로필

  • 출생: 1921년
  • 경향: 한국 현대시에서 사색적·내면적 정조를 깊이 있게 다루는 시인
  • 특징: 시간성, 존재성 탐구, 절제된 언어로 인간의 고독을 표현

최연홍 시인

12월의 시

12월의 잿빛 하늘, 어두워지는 세계다
우리는 어두워지는 세계의 한 모퉁이에
우울하게 서있다
이제 낙엽은 거리를 떠났고
나무들 사이로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올 것 같다, 편지처럼

12월에 적도로 가서 겨울을 잊고 싶네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한 해가 가는 것을 잊고 싶네
아니면 당신의 추억 속에 파묻혀 잠들고 싶네
누군가가 12월을 조금이라도 연장해 준다면
그와 함께 있고 싶네
그렇게 해서 이른 봄을 만나고 싶네, 다람쥐처럼

12월엔 전화 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다정하다
차가워지는 저녁에 벽난로에 땔 장작을 두고 가는 친구
12월엔 그래서 우정의 달이 뜬다

털옷을 짜고 있는 당신의 손,
질주하는 세월의 삐걱거리는 소리,
바람소리, 그 후에 함박눈 애린느 포근함

선인장의 빨간 꽃이 피고 있다
시인의 방에는 장작불이 타고 있다
친구의 방에는 물이 끓고 있다
한국인의 겨울엔

감상평과 해설

최연홍 시인의 12월은 낭만과 쓸쓸함, 그리고 인간적 온기를 조화롭게 담아낸 시다. 잿빛 하늘과 우울한 정서를 표현하면서도, 사람 사이의 따뜻한 온정을 강조하는 구조가 안정적이고 여운이 깊다. ‘전화 없이 찾아오는 친구’, ‘벽난로 장작’ 같은 이미지는 12월을 인간적 온기가 살아나는 달로 묘사한다. 동시에 ‘적도로 가고 싶다’는 표현처럼 일상의 무게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도 솔직하게 드러난다.


강은교 시인

12월의 시

잔별 서넛 데리고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처마 끝마다 매달린
천근의 어둠을 보라
어둠이 길을 무너뜨린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 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
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 버린다

거기엔
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
어둠의 딸인 새벽과
그것의 젊은 어머니인
아침이

거기엔
아직 눈 매 날카로운
한때의 바람도 있으리라
얼음 서걱이는 가슴 깊이
감춰둔 깃폭을 수없이 펼치고 있는
바람의 형제들
떠날 때를 기다려
달빛 푸른 옷을 갈아입으며
맨몸들 부딪고 있으리라

그대의 두 손을 펴라
싸움은 끝났으니, 이제 그대의 핏발 선 눈
어둠에 누워 보이지 않으니
흐르는 강물소리로
어둠의 노래로
그대의 귀를 적시라

마지막 촛불을 켜듯
잔별 서넛 밝히며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그림자를 거두며 가고 있다

감상평과 해설

강은교 시인의 시는 이미지가 강렬하고 상징성이 짙다. 12월을 어둠과 그림자의 무게로 표현하면서, 그 속에 새벽과 아침이라는 ‘재생의 기운’을 숨겨 놓는다. 겨울의 차갑고 스산한 정경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과 기운을 암시하는 그의 표현은 독자에게 절망이 아닌 ‘전환의 시간’으로서의 12월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림자를 거두며 돌아가는 존재’는 지나가는 시간, 혹은 한 해의 의인화처럼 느껴져 시적 울림이 크다.


이채 시인

12월에 꿈꾸는 사랑

12월엔 그대와 나
따뜻한 마음의 꽃씨 한 알
고이고이 심어두기로 해요

찬바람 언 대지
하얀 눈 꽃송이 피어날 때
우리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온 세상 하얗게 피우기로 해요

이해의 꽃도 좋고요
용서의 꽃도 좋겠지요

그늘진 외딴곳
가난에 힘겨운 이웃을 위해
베풂의 꽃도 좋고요
나눔의 꽃도 좋겠지요

한알의 꽃씨가
천 송이의 꽃을 피울 때
우리 사는 이 땅은
웃음꽃 만발하는 행복의 꽃동산

생각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사랑이 될 때
사람이 곧 빛이요 희망이지요

홀로 소유하는 부는 외롭고
함께 나누는 부는 의로울 터

말만 무성한 그런 사랑 말고
진실로 행하는 온정의 손길로

12월엔 그대와 나
예쁜 사랑의 꽃씨 한 알
가슴마다 심어두기로 해요

감상평과 해설

이채 시인의 시는 온화하고 따뜻한 정조로 가득하다. 사랑·나눔·이해·베풂 같은 긍정적 가치들을 ‘꽃씨’라는 은유로 풀어내며, 12월을 단순한 결산이 아닌 새로운 마음을 심는 계절로 제시한다.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작은 따뜻함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느껴지며, 시 전체에 낙관과 따뜻한 희망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혜원 전진옥 시인

12월의 편지

한해를 걸어오면서
꽃이 피고 잎이 지기까지
꿈으로 너울진 시간들

언제나 설레임이었고
오늘이란 선물은
늘 새로운 희망이었다

하루하루 그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만으로도
삶의 이유가 되었으니까

이 소중했던 날들을
나는 노래하리라
모든 것이 감사했음을

감상평과 해설

짧고 잔잔하지만 고백적인 시다. 지나온 시간들을 ‘설레임과 선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삶의 긍정성과 감사의 마음을 잘 드러낸다. 한 해의 끝,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여 읽는 이에게도 포근한 여운을 남긴다.


이외수 시인

12월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이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지워지고 있다

감상평과 해설

이외수 시인의 12월은 극도로 어둡고 비극적인 정서를 내포한다. 종말, 고독, 회개라는 단어들이 강렬하게 등장하며 삶의 고통과 실존적 외로움을 표현한다. 12월을 ‘마지막 언덕길’로 비유한 표현은 한 해의 끝이 동시에 개인의 고통이 정점에 이르는 시점처럼 느껴지게 한다. 깊은 고독과 내면의 슬픔을 겪는 이들에게 흐릿하게나마 공감의 손을 내미는 시적 세계다.


임영조 시인

12월

올 데까지 왔구나
막다른 골목
피곤한 사나이가 홀로 서 있다

훤칠한 키에 창백한 얼굴
이따금 무엇엔가 쫓기듯
시계를 자주 보는 사나이
외투깃을 세우고 서성거린다

꽁꽁 얼어붙은 천지엔
하얀 자막처럼 눈이 내리고
허둥지둥 막을 내린 드라마
올해도 나는 단역이었지
뼈 빠지게 일하고 세금 잘 내는

뒤돌아보지 말자
더러는 잊고
더러는 여기까지 함께 온
사랑이며 증오는
이쯤에서 매듭을 짓자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입김을 불며 얼룩을 닦듯
온갖 애증을 지우고 가자
이 춥고 긴 여백 위에
이만 총총 마침표 찍고

감상평과 해설

임영조 시인의 시는 매우 현실적이고 서정적이다. 12월을 인생의 ‘막다른 골목’으로 묘사하며, 삶의 고단함과 공허함을 드라마적 장면처럼 그려낸다. 특히 ‘올해도 나는 단역이었지’라는 표현은 삶의 무대에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는 감정을 담아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후반부에서는 모든 애증을 지우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의지를 보여 희망의 여지를 남긴다.


오세영 시인

12월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감상평과 해설

오세영 시인의 시는 철학적이며 심오하다. 어둠·허무·사라짐 같은 부정적 이미지들을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전환하는 시적 장치가 돋보인다. 젊음과 사랑, 시간의 흐름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절망 속에서도 빛을 찾아내려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다. 12월이라는 시간적 상징이 깊은 성찰과 조용한 확신으로 재탄생한다.


오광수 시인

12월의 독백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감상평과 해설

오광수 시인의 시는 인간의 솔직한 민낯을 보여준다. 후회·욕심·자책·빈손 같은 표현을 통해 매년 반복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정확히 묘사하며, 누구나 경험하는 12월의 마음을 현실적으로 담아낸다. 마지막 구절의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은 비록 근거 없을지라도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적 희망의 힘을 보여준다.


오경택 시인

12월

시한부 생명의 운명 같은
한 장이 펄럭거린다

그 여름
작열하던 태양도
윤회의 전설 속으로 숨어들고
코끝으로 왔다가
자연의 섭리를 채색하던
가을은 떠날 채비에 분주하다

미처
옷 벗지 못한 나뭇잎 하나
다시 올 생명 잉태에
파르르 떨고
무성했던 땅의 숨소리 죽여 가던
마지막 한 장
내 몸 보다 무거운 탄식에
펄럭거린다


가나보다

감상평과 해설

오경택 시인의 시는 자연과 생명 순환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한다. 12월을 ‘시한부 생명의 마지막 한 장’으로 묘사하며, 자연의 변화와 생의 유한성을 철학적 시각으로 풀어낸다. 계절의 흐름이 인간의 삶과 맞물려 표현되며, 마지막의 ‘또 가나보다’는 담담한 수용의 태도를 보여주는 절제된 미학이 돋보인다.


결론

이 글에서 소개한 12월의 시들은 각기 다른 시인의 언어로 표현되었지만 공통된 메시지를 품고 있다.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새로운 시간을 향해 조용히 마음을 여는 과정을 담아낸다는 점이다. 어떤 시는 따뜻함을 강조하고, 어떤 시는 고독과 어둠을 말하지만 결국 이 모든 감정은 ‘다시 시작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시를 읽는 시간은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12월이라는 특별한 달에 이 시들을 통해 자신만의 감정과 시간을 비추며 조용한 위로와 새해의 기운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반응형

'문학 시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 가을 시 모음  (0) 2025.10.24
가을 시 모음집  (0) 2025.09.08
낙엽시 모음, 가을 낙엽에 관한 시  (0) 202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