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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책

짧은 가을 시 모음

by carrothouse32 2025.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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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가을 시 모음

가을은 짧고 덧없지만 그만큼 진한 계절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하늘은 높고, 바람은 차가워지는 시기. 시인들은 이 짧은 계절 속에서 인생의 깊이를 노래하고, 사라짐과 익어감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가을 시 모음

이번 가을 시 모음 글에서는 이해인, 나태주, 용혜원, 김갑천, 김소월, 하영순, 박노해 시인의 짧은 가을 시 모음을 감상하며, 시 속에 담긴 정서를 함께 음미해 보고자 합니다.

진짜 짧은 시들로만 엄선했습니다。 외워주세요~


이해인 시인

프로필

  • 본명: 이해인(李海仁)
  • 출생: 1945년 부산광역시
  • 직업: 수녀, 시인
  • 데뷔: 1976년 ‘상처’로 문단 등단
  • 주요 작품: 민들레의 영토, 오늘 나는 바람사이로
  • 문체 특징: 종교적 평화와 내면의 성찰을 시적 언어로 승화시킨 작품 세계

가을 편지

가을 편지 - 이해인

늦가을 산 위에 올라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

깊이 사랑할수록
죽음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고
노래하며 사라지는 나뭇잎들

춤추며 사라지는 무희들의
마지막 공연을 보듯이

조금은 서운한 마음으로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

매일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나의 시간을 지켜보듯이

이 시는 가을의 이별과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바라보는 이해인의 시각이 드러납니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단순한 자연의 변화로 보지 않고, ‘사라짐의 품격’을 담아낸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무희들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구절은 가을의 쓸쓸함 속에서도 생의 찬란한 마무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인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이 시에 잔잔히 스며 있습니다.

익어가는 가을

익어가는 가을 - 이해인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말이 필요 없는
고요한 기도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익어간다’는 단어가 반복되며 삶의 성숙과 평온을 상징합니다. 이해인은 가을의 정적을 ‘고요한 기도’라 표현하며, 내면의 평화를 강조합니다. 외로움과 덧없음 대신, 익어가는 기쁨과 사랑을 말하는 시인의 시선은 온화하고 위로의 색채를 띱니다.


나태주 시인

프로필

  • 본명: 나태주(羅泰柱)
  • 출생: 1945년 충남 서천
  • 직업: 시인, 교육자
  • 대표작: 풀꽃, 멀리서 빈다
  • 문체 특징: 짧은 문장 속에 인간의 따뜻한 감성과 일상의 시학을 담음

사는 법

사는 법 - 니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남은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이 시는 짧지만 삶의 본질을 통찰하는 나태주의 시 세계를 함축합니다. 단 네 줄 속에 ‘그리움’, ‘쓸쓸함’, ‘사랑’이 교차하며 인간의 내면 풍경을 그립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는 존재의 이유와 사랑의 필연성을 동시에 담은 절묘한 마무리입니다. 시인의 일관된 미학, 즉 ‘짧은 언어로 긴 울림을 남기는 힘’이 돋보입니다.


용혜원 시인

프로필

  • 본명: 용혜원
  • 출생: 1948년 전라북도 정읍
  • 직업: 시인, 목사
  • 주요 저서: 좋은날에 너를 만나고 싶다, 너를 사랑하고도 미워지는 이유는
  • 문체 특징: 감성적 언어와 인간 내면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표현

쓸쓸함

쓸쓸함 - 용혜원

누가
자정이 지난 시간에
어둠을 밝히고 있는
가로등 보다
더 쓸쓸할 수 있을까

용혜원의 ‘쓸쓸함’은 일상의 정서를 한 장면으로 압축한 시입니다. 가로등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누군가를 비추지만 자신은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존재의 쓸쓸함을 그립니다. 인간의 외로움이 얼마나 근원적인 감정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으로, 고독을 받아들이는 시인의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김갑천 시인

프로필

  • 본명: 김갑천
  • 출생: 1960년대 추정
  • 활동 분야: 현대시, 수필
  • 시 세계: 그리움과 허무, 내면의 성찰을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시인

그리움 그 쓸쓸함에 대하여

그리움 그 쓸쓸함에 대하여 - 김갑천

이제 너를 향한
오랜 비행을 쉬고 싶다

허공만을 맴도는
나의 날개짓을 이제는
끝내고 싶다

김갑천의 시는 내면의 피로와 정서적 공허함을 담고 있습니다. ‘허공만을 맴도는 날개짓’이라는 표현은 헛된 그리움, 다다를 수 없는 사랑의 허망함을 상징합니다. 이 시는 끝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떠나보내며, 그 속에서 평화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을 담담하게 노래합니다.


김소월 시인

프로필

  • 본명: 김정식(金廷湜)
  • 출생: 1902년 평안북도 구성
  • 사망: 1934년
  • 대표작: 진달래꽃, 초혼, 산유화
  • 문체 특징: 전통적 정서와 민요적 운율,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은 서정시의 정점

산유화

산유화 - 김소원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가을에도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가을에도 지네
산에 산에 지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지고 있네

김소월의 ‘산유화’는 생의 덧없음과 고독을 극도로 단순한 언어로 표현한 명시입니다. ‘피네’, ‘지네’의 반복은 생과 사, 시작과 끝의 순환을 상징합니다. ‘저만치 혼자서’라는 구절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외로움을 드러내며, 자연 속에서 인간의 운명을 비추는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하영순 시인

프로필

  • 현대 한국 여성 시인
  • 대표작: 가을, 서늘한 새벽
  • 시 세계: 여성적 감수성과 섬세한 정서를 중심으로 계절과 인간의 정서를 엮음

가을

가을 - 하영순

가을을
이별의 계절이라 하는 사람도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 하는 사람도
새벽 찬 이슬이 서럽다
밤 세워 울어대는
귀뚜라미
이별이 서러워 울음 우는지
추워질
겨울이 두려워 울어 대는가
어둠을 밝히는
봉창의 불빛
무슨 사연 있어 밤을 새우나

이 시는 ‘이별’과 ‘결실’이라는 두 상반된 가을의 상징을 교차시키며, 인간 감정의 복합적 면모를 담습니다. 귀뚜라미의 울음과 봉창 불빛의 이미지가 쓸쓸하면서도 정겨운 가을 밤의 정서를 그려냅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의 마음이 투영되는 방식이 고요하고도 정감 있게 표현되었습니다.


박노해 시인

프로필

  • 본명: 박기평
  • 출생: 1957년 전라남도 함평
  • 직업: 시인, 사회운동가
  • 주요 작품: 노동의 새벽,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문체 특징: 투쟁적 현실 인식과 더불어 인생의 순리와 평화로움에 대한 사색을 담음

가을 말소리

가을 말소리 - 박노해

가을에는 자꾸만 고개가 숙여진다
물들어가는 나뭇잎처럼
익어가는 수수와 벼 이삭처럼
가을에는 나직이 고개가 숙여진다

가을에는 해맑은 향기가 말을 한다
아침 서리에 몸 씻은 들국화처럼
햇살 바람에 붉어진 사과 알처럼
가을에는 속 깊은 향기가 말을 한다

가을에는 말없이 돌아봐진다
누군가 부르는 듯한 노을길처럼
책을 읽다 눈을 감은 그 사람처럼
가을에는 가만가만 돌아봐진다

이 시는 박노해의 다른 작품과 달리 부드럽고 내면적인 어조가 돋보입니다. ‘고개 숙임’이라는 행위는 겸손과 성찰을 상징하며, 자연의 변화 속에서 인간이 깨닫는 ‘익어감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 현실을 넘어, 인간 본연의 내면으로 향하는 시인의 성숙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결론

짧은 가을 시들은 길지 않은 문장 속에서 인생의 길고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해인은 ‘익어감’의 평화를, 나태주는 ‘사랑의 필연성’을, 용혜원과 김갑천은 ‘쓸쓸함과 그리움’을, 김소월은 ‘자연 속의 인간적 고독’을, 하영순은 ‘이별과 정서의 교차’를, 박노해는 ‘겸손한 성찰’을 노래했습니다. 이들의 시는 각기 다른 언어로 가을을 노래하지만, 모두 결국 ‘삶의 수확과 비움’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가을을 사랑하는 이유는 어쩌면 바로 그 ‘조용한 이별의 아름다움’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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